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지고,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증시 충격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돌파하며 국채 매도가 사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88%까지 상승하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3일 1.29% 하락했으며, 4일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2.28% 떨어지는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 배경: 미국 통화정책과 재정적자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경한 통화정책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 동안 11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5.25~5.5% 수준에 이르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쉽게 잡히지 않자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9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재정적자는 GDP의 5.8%로 예상되며, 이는 2022년(3.9%)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2조 달러(약 4경 3000조 원)에 달하며,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꺼리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보유 채권을 매도하는 것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지됐던 저금리 환경이 변하면서 ‘중립금리’ 자체가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금융시장과 통화가치 영향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3~4일 동안 세계 주요 증시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한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가치는 한때 1달러당 150엔대로 급등하며 엔저 현상이 심화됐다.

이와 함께 미국이 추진하는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높은 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줄어들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과 연준의 정책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